이흥렬_푸른 빛의 바오밥
[더프리뷰=서울] 하명남 기자 = 나무 사진가 이흥렬의 3번째 ‘세계 나무 사진 프로젝트(Photographic Artist Yoll Lee’s World Tree Photo 3rd Project)’ 전시회가 열린다. 이 전시회의 주인공들은 바로 작가가 지난겨울,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를 누비며 촬영한 ‘바오밥나무’이다.
사진가 이흥렬은 나무를 소재로 10여 회 이상 개인전을 하였으며 2017년부터 새로 시작한 ‘세계 나무 사진 프로젝트’를 통하여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의 경이로운 나무들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바오밥나무 전시는 2017년 네팔 히말라야의 랄리구라스나무, 2018년 이탈리아 뿔리아(Puglia) 지역에서 촬영한 ‘천년의 올리브나무’ 전시에 이은 3번째 해외 나무 전시이다.
사진가 이흥렬은 밤에 나무에 조명을 주어 촬영하는 방법을 통하여 작가만의 독특한 생각을 나무에 투영하고 있다. 특히 회화를 연상시키는 이번 바오밥나무 사진들을 보노라면 마치 ‘어린 왕자’의 동회 속에 들어온 것만 같다. 작가가 여러 차례 언급한 것처럼, 나무는 인간의 친구이며, 안식처이며, 생명이라는 것을 그동안의 나무 사진들을 통하여 잘 표현하여 왔다면, 이번 바오밥나무 전시는 그 의미에 더해 나무를 통해 인간의 꿈과 환상, 동화를 이야기한다.
이 전시에서 어릴 적 읽은 ‘어린 왕자’의 무시무시한 바오밥나무 뿐만 아니라, 작가가 이야기한 것처럼 ‘신들이 사랑한 경이로운 바오밥나무’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밤하늘 가득한 별빛 아래 고고하게 서 있는 바오밥나무 사진을 보면, 태초의 신들의 세계에 온 듯한 착각마저 든다. 아무렴 어떠한가, 바야흐로 지금은 환상이 현실을 지배하는 마치 동화 같은 시대이기도 하니까.
작가노트
신들이 사랑한 나무 바오밥
어릴 때 읽은 ‘어린 왕자’의 바오밥나무는 내게 공포였고, 그 공포가 자라나 경이가 되었다. 그 나무가 실제로 있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바오밥은 내게 동경이 되었다.
아프리카 어디에 있다는 바오밥은 그 물리적 거리 만큼 내게 너무나 먼 곳처럼 느껴졌다. 신문에서, 다큐멘터리에서, 주변에서 바오밥 소식을 접할 때마다 조바심이 났다.
작년 이탈리아 올리브나무 촬영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다음엔 마다가스카르의 바오밥이라고 결심했다. 결심은 했지만, 언제 이룰 수 있을까 마음의 짐은 점점 무거워지기만 했다.
마침내 바오밥을 보았을 때, 그동안의 모든 걱정과 불안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저 나무들은 신들이 사랑한 나무이자 내가 사랑한 나무였다. 바로 나의 나무였다.
바오밥을 촬영하는 내내 하늘엔 별들이 가득했고 그 아름다움에 달도 숨어 버렸다. 내 앞에는 오직 바오밥과 그 위를 비추는 별빛만 가득하였다. 바람도 우리 사이를 가르지 못했다.
그렇게 천상의 시간을 보내고 돌아오는 길에 눈물이 났다. ‘그건 꿈이었어. 그러니 잊어라. 만약 잊지 못하면 네가 찍은 사진을 보며 평생 그리워하다 결국 한 마리 동물로 외로이 죽게 될 테니까’
내가 찍은 것은 결국 바오밥의 사진이 아니라 나의 한순간을 기록한 자화상이었다. 찰나를 사는 인간이 장구한 세월을 사는 나무 앞에서 찍은 사진, 어쩌면 나의 영정 사진.
인간에게서 받은 상처 나무에게 가서 위안받았고, 근원적 외로움이 도지면 다시 인간 세계에 파묻혔다. 반복 속에 간극은 커져갔고, 결국 어느 한쪽에 정착해야 하리라.
그래, 어쩌면 중간이란 것이 있을지도 몰라.
바오밥나무 주변에는 가난한 마다가스카르 아이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 아이들만 모르고 있는, 바오밥으로 인해 부유한 아이들이 언제나 거기 있었다.
그리고 그 아이들보다 더 가난한 사람 하나 잠시 같이 있었다.
- 이흥렬
이흥렬(Yoll Lee)
사진가(Photographic Artist)
‘나무사진’과 ‘인물사진’을 주로 찍고 있으며, 예술과 자연이 함께하는 ‘예술의 숲’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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